2010. 10. 4. 06:19

인지과학을 모르는 한국의 IT

한국 사람이라면 IT 강국 대한민국 이라는 말을 누구나 한번 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적으로는 어떻게 평가받고 있을까?

‘세계 IT 경쟁력 지수 보고서’라는 것이 있다. 이 보고서는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이 해마다 1번 조사-발표를 시행하여 IT 경쟁력 순위를 매기는 것이다. 2007년에 첫 보고서를 공개했고, 현재 2009년까지 시행해왔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국 IT 경쟁력 지수는 3위에서 8위로, 8위에서 16위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의 배은희 의원은 지수 산정의 지표 등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으면서 현 정권에 IT 정책에 대해 변호했지만 한국의 교육 상황을 보면 우리나라 IT 경쟁력 지수는 당연히 하락세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뛰어난 인프라와 수많은 IT 전공자들

90년대 후반, 엄청난 인터넷 열풍과 통신사들의 무한 경쟁으로 몇 년 만의 대부분의 가정에서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쉽게 말해 인터넷 인프라를 전국적으로 구축한 것이다. 지금도 전국적으로 인터넷이 보급된 나라는 별로 없다.

또한 세계적인 트렌드인 닷컴 열풍이 불면서 국내에도 수많은 인터넷 or IT 기업이 생기기 시작했고, 각 대학들은 IT 관련 학과를 개설하거나 발전시키면서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닷컴 열풍이 잠잠해지면서 시장 자체가 다소 위축되었으나, 많은 IT 전공 관련자들은 점점 사회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도 역시 많은 학생들이 IT 관련 전공을 공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보고서에도 그대로 나타나 있다. 인터넷 보급률과 서버 확보율, PC 보급률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IT 인적 자원 역시 높게 평가 받았다. 무려 조사대상 66개국 가운데 2번째로 높은 인적 자원 경쟁력을 기록하며 각 대학들의 노력들이 헛된 것이 아님을 입증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대학 진학률을 보이고 있으나, 과학 분야 고등교육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에선 상당히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상대적으로 적은 응용과학 부문 학생 비율이 한국 IT 경쟁력의 미래를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 이라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본질도 모르는 다수의 IT 종사자들

상대적으로 적은 응용과학 부문 학생 비율이라는 말을 듣고 떠오른 것은 바로 인지과학 이다. 대부분의 한국 IT 종사자들은 인지과학이 IT의 모태가 되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인지과학에서 제시한 개념과 이론, 응용 등을 기초로 하여 정보과학이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결국 언론, 주변 사람들은 IT가 한국의 미래 동력이 될 것이라고 쉴 새 없이 떠들어대고 있지만 실상은 그 본질도 모르는 것이다. IT하면 떠오르는 정보처리, 데이터베이스 등의 개념을 초기에 제시한 학문이 바로 인지과학이다.

한국 IT 교육기관들은 인지과학이 정보 과학에 미치는 기본적인 배경조차 모른 채, IT 교육만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보기보다 큰 문제이다. IT 혹은 정보과학의 기초적인 구조도 이해하지 못한 채 교육을 받게 되면 우리나라에서는 래리 페이지(구글 창업자)같은 혁신적인 CEO는 나올 수가 없다.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충실히 작업을 수행하기만 하는 로봇이 다수 육성될 뿐이다. 한국 IT종사자들 대부분이 일 기계로 전락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래리 페이지 얘기를 다시 해보자. 그는 어떻게 구글을 창업하여 세계 IT 시장을 이끄는 사람이 되었을까? 구글이 검색 분야 세계 최고 기업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래리 페이지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을 정도의 인지과학 전문가이다. 래리 페이지가 검색시장의 판도를 바꾸며 절대강자로 부상한 것은 바로 인지과학에 대한 통찰력 덕분이다.

“최적의 뉴런(뇌신경)은 자신을 둘러싼 다른 신경세포와 가장 많은 ‘링크’를 유지한 세포이다.” 인지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의 말이다. 구글이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하게 만든 검색기능인 페이지 링크는 이러한 개념의 결과물이다.

뉴런은 방사형으로 되어있고, 구글이 도입한 페이지 링크 시스템은 바로 여기서 모티브를 따왔다. 검색 엔진은 가장 많은 링크를 보유한 페이지를 골라내고, 이러한 연결의 적합성을 잘 파악해야 다른 검색엔진보다 경쟁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이다. 이러한 방식이 가능한 것은 바로 두뇌의 모습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인지과학 및 뇌 과학 전문가인 래리 페이지 이기에 이런 기발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런 지식을 바탕으로 IT의 근본적인 구조에 대해 파악이 되어있었다고 분석할 수 있다.

한국은 그렇다면 어떤가? 과연 얼마나 많은 IT 관련 대학이나 교육 기관에서 인지과학의 중요성을 말하고 가르치고 있는가? IT의 본질이 인지과학에서 나왔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 채 글로벌화 되고 있는 IT 시장에 뛰어들어봤자 한국 사람들은 인지과학을 아는 사람들 밑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풍요 속의 빈곤 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하지만 여전히 응용과학, 응용학문 및 기술 쪽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미국, 유럽 등 과학 기술 선진국들이 이러한 것에 미래를 걸고 나서는 것에 반해, IT 강국이라 자부하던 한국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IT 선진국이라는 말보단 낙후 국 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가상 세계의 발전으로 더 중요해지는 인지과학

영화 아바타가 대성공을 거두었고, MBC의 한 예능 프로그램은 가상현실과 아바타를 이용하여 많은 사람들을 웃기고 있다. 쉽게 말해 트렌드이다. 많은 사람들이 세컨드라이프 같은 가상 세계에 접속해서 제 2의 삶을 누리고 있고, 한국 사람들 역시 온라인 게임이라는 가상세계에 흠뻑 빠져있다.

전 세계에 많은 사람들이 가상 세계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으며, 고부가 가치 미래 산업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부인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그런데 이러한 가상 세계에서 인지 과학이라는 개념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은 월드컵에 열광한다. 뇌에 있는 거울 뉴런 때문이다. 이 신경세포는 다른 사람의 몸짓을 보거나 말을 듣는 것만으로 마치 자신이 직접 행동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그렇다면 축구 게임은 어떨까? 이것은 보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몰입감이 더 높다. 마치 자신이 축구 선수가 된 것처럼 집중하여 게임형 가상 세계에 흠뻑 빠지게 된다. 게임 속 인물이 현실과 가까워질수록 이런 거울 뉴런 효과는 더욱 강력해 질 것이다.

기술은 발달하고 있다. 사회적 트렌드인 생활형 가상 세계 공간도 무한히 발전하게 될 것이다. 점점 자신과 비슷해지는 아바타는 사용자의 몰입감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뇌 활동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지는 이 공간에서 인지과학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본다면 환경적/인공적 요소들 중 가상세계와 관련된 부분들을 선별하여 심리학과 접목시켜 의미 있는 함축 요소를 찾고 수익 모델로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기엔 너무 길 정도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들이 가상 세계에서 펼쳐질 것이다. 물론 인지 과학을 잘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인지과학의 인식 확대만이 IT 강국의 지름길

본질도 모르고, 가상 세계에 대한 연구도 미천한 한국의 IT 산업의 경쟁력을 올리는 방법은 인지과학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IT 교육은 껍데기만 있고 알맹이는 없는 상황이다. 정부 차원에서 이러한 중요성을 깨닫고 계몽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능력이 있고 많은 공부를 한 IT 전공자들이 인지과학을 몰라 글로벌 시장에서 낙후되는 일이 더 이상 없게 해야 한다.


Reference

1. 휴먼마인드(인지) 융합기술개발사업 기획연구 보고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2008
2. 이정모, 인지과학-학문 간 융합의 원리와 응용,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2009
3. http://blog.naver.com/narock/40094482738
4. http://er.asiae.co.kr/erview.htm?idxno=2009101619174412625
5. http://korcogsci.blogspot.com/2007/02/i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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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1
  1. 지나가다 2010.10.17 15:23 address edit & del reply

    멋진 글 감사합니다 ^^